아빠랑 단둘이 여행을 가 본 적이 있으신가요? 막상 떠나려고 하면 어디를 가야 할지부터 막막해집니다.
친구들과 가는 여행처럼 핫플 위주로 짜면 아빠가 금방 지치시고, 너무 느슨하게 짜면 "여기까지 와서 뭐 했나" 싶어지죠.
그래서 이번 글은 아빠와 함께 가기 좋은 제주도 2박3일 코스를 정리했습니다. 기준은 세 가지였습니다. 오래 걷지 않아도 되는 곳, 운전 동선이 꼬이지 않는 순서, 그리고 사진 한 장은 제대로 남길 수 있는 곳. 제주 동쪽에서 시작해 남쪽을 거쳐 서쪽으로 빠지는 일정이라 공항에서 공항까지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됩니다.
한눈에 보는 2박3일 일정
| 일차 | 동선 | 숙소 추천 지역 |
|---|---|---|
| 1일차 | 제주공항 → 사려니숲길 → 비자림 → 세화·월정리 해변 | 성산 |
| 2일차 | 성산일출봉 → 섭지코지 →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 서귀포 |
| 3일차 | 용머리해안·산방산 → 오설록 티뮤지엄 → 제주공항 | - |
렌터카 기준입니다. 부모님과 가는 여행은 대중교통으로 다니면 환승과 대기 시간에 체력을 다 써 버리기 때문에, 가능하면 차를 빌리는 쪽을 권합니다.
끼니별 먹거리 한눈에 보기
식당은 동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곳 중에 후기가 꾸준히 좋은 곳으로 골랐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날짜별 일정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 일차 | 아침 | 점심 | 간식·디저트 | 저녁 |
|---|---|---|---|---|
| 1일차 | - | 교래손칼국수 (토종닭칼국수) |
구좌상회 (당근케이크) |
칠돈가 성산점 (흑돼지) |
| 2일차 | 오조해녀의집 (전복죽) |
가시아방국수 (고기국수·돔베고기) |
제일떡집 (오메기떡) |
올레시장 마농치킨 |
| 3일차 | 서귀포 국수마을 (보말칼국수) |
춘미향 (정식·갈치조림) |
오설록 (녹차 아이스크림) |
- |
수요일은 피하세요. 칠돈가, 가시아방국수, 제일떡집, 춘미향이 모두 수요일에 쉽니다. 구좌상회는 화·수, 서귀포 국수마을은 화요일 휴무입니다. 여행 날짜가 화·수요일에 걸리면 해당 끼니만 다른 곳으로 바꾸는 게 편합니다.
1일차 | 숲길로 시작하는 동쪽 여행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입구)
비행기에서 내려 바로 바다로 가는 것도 좋지만, 첫날은 숲에서 시작해 보세요. 사려니숲길은 삼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는 완만한 숲길이라 등산화 없이도 걸을 만합니다.
입구는 두 곳인데 남조로 쪽 붉은오름 입구로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비자림로 쪽 입구는 바로 앞에 주차장이 없어서 차를 대고 한참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붉은오름 쪽에는 데크길과 나무 의자가 있는 쉼터가 있어서, 끝까지 다 걷지 않고 40분 정도만 돌고 나와도 충분히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 탐방 시간: 09:00~17:00
- 입장료: 없음
- 추천 소요 시간: 40분~1시간 (전체 구간은 3시간 이상이라 아빠와 함께라면 일부만 걷는 게 낫습니다)
비자림
숲을 하나 더 가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비자림은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수백 년 된 비자나무가 모여 있는 천연기념물 숲이고, 바닥에 붉은 화산송이가 깔린 평지 산책로라 걷기 편합니다.
좋은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만 65세 이상은 신분증을 보여주면 무료입니다. 아빠 신분증은 꼭 챙기세요. 이 코스에서 두 번 쓸 일이 있습니다.
- 운영 시간: 09:00~18:00 (입장 마감 17:00)
- 입장료: 성인 3,000원 / 청소년·어린이 1,500원 / 만 65세 이상 무료
- 추천 소요 시간: 짧은 코스 30~40분
세화·월정리 해변에서 저녁
비자림에서 차로 조금만 나가면 세화와 월정리 해변입니다. 해 질 무렵 바닷가를 잠깐 걷고, 성산 쪽으로 넘어가 저녁을 먹으면 첫날 일정은 끝입니다. 첫날부터 욕심내서 여러 곳을 넣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비행기 타고 온 날이라 생각보다 피곤하거든요.
1일차 먹거리
점심 | 교래손칼국수
사려니숲길에서 나와 비자림으로 가는 길에 있는 교래리는 토종닭으로 알려진 마을입니다. 교래손칼국수는 그중에서도 오래된 집이라, 걷고 나서 따뜻한 국물로 속을 채우기 좋습니다. 토종닭칼국수가 대표 메뉴이고 바지락칼국수도 있습니다. 주차장이 넓어서 렌터카로 들르기 편합니다.
메뉴: 토종닭칼국수, 바지락칼국수
참고: 넓은 주차장 / 영업시간은 방문 전 확인
디저트 | 구좌상회
교래에서 멀지 않은 조천읍 선교로에 있는 카페입니다. 제주 구좌 당근으로 만든 당근케이크로 이름이 났고, 블렌딩 허브차 종류가 많아 커피를 잘 안 드시는 아빠와 가기에도 괜찮습니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라 사진 찍기도 좋습니다.
메뉴: 당근케이크, 블렌딩 허브차
휴무: 화·수요일 (비정기 휴무가 잦아 인스타그램이나 지도 앱 공지 확인 권장)
저녁 | 칠돈가 성산점
제주에 왔으니 첫날 저녁은 흑돼지입니다. 칠돈가 성산점은 직원이 고기를 직접 구워 준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아빠와 둘이 가면 고기 굽느라 대화가 끊기기 쉬운데, 그 부분에서 편합니다. 두툼한 고기와 친절한 응대를 칭찬하는 후기가 많고, 무료 주차가 됩니다.
영업: 11:30~22:00 (브레이크타임 15:00~17:00, 라스트오더 21:00)
휴무: 수요일
가격: 흑돼지 600g 69,000원 / 양념돼지갈비 300g 18,000원
전화: 064-784-5777
2일차 | 성산일출봉에서 서귀포까지
성산일출봉
둘째 날 아침은 성산일출봉입니다. 전날 성산에서 잤다면 아침 일찍 가기 좋습니다. 정상까지는 계단길로 20~30분 정도 걸리는데, 경사가 있어서 중간중간 쉬어 가야 합니다.
아빠 무릎이 걱정된다면 무리해서 정상까지 오를 필요는 없습니다. 매표소 왼쪽으로 난 무료 산책로만 걸어도 바다와 일출봉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정상은 저만 다녀오고 아빠는 아래에서 커피 한잔하며 기다리셔도 괜찮습니다.
- 입장료: 성인 5,000원 (정상 탐방로 기준)
- 관람 시간: 계절마다 다름 (봄·가을은 대략 05:00~19:00)
- 휴무: 매월 첫째 주 월요일
- 미끄럼 방지 되는 운동화 권장
섭지코지
성산일출봉에서 가까워서 바로 이어 가기 좋습니다. 해안을 따라 난 산책로가 완만하고, 걷다 뒤돌아보면 성산일출봉이 보입니다. 아빠 사진 찍어 드리기 좋은 곳이 여기입니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오후에는 남쪽으로 내려가 서귀포에 짐을 풉니다. 저녁은 매일올레시장에서 해결하는 걸 추천합니다. 이것저것 조금씩 사서 숙소에서 먹으면, 식당 웨이팅에 지칠 일도 없고 아빠와 이야기할 시간도 더 길어집니다. 뭘 사면 좋을지는 아래 먹거리 정리에 적어 두었습니다.
2일차 먹거리
아침 | 오조해녀의집
성산일출봉에서 차로 몇 분 거리에 있는 해녀 식당입니다. 아침 7시에 문을 열어서 일출봉에 다녀온 뒤 바로 가기 좋습니다. 전복 내장을 넣어 초록빛이 도는 전복죽이 대표 메뉴이고, 전복이 큼직하게 들어 있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아침부터 무거운 음식이 부담스러운 부모님께 잘 맞습니다.
영업: 07:00~18:00
가격: 전복죽 12,000원 / 해산물 모둠 35,000원
전화: 064-784-7789
갈치조림을 좋아하신다면 성산의 맛나식당도 있습니다. 갈치조림 14,000원에 가성비가 좋기로 유명하지만, 08:30에 열어 14:30에 닫고 재료가 떨어지면 일찍 마감합니다. 아침 일찍 가서 줄을 서야 하고 수·일요일은 쉽니다.
점심 | 가시아방국수
섭지코지 들어가는 길목에 있어서 동선이 딱 맞습니다. 진한 국물의 고기국수와 야들야들한 돔베고기(삶은 돼지고기를 도마째 내는 제주식 수육)가 대표 메뉴입니다. 음식이 빨리 나오고 주차가 편하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영업: 09:40~20:30 (라스트오더 19:50)
휴무: 수요일
가격: 고기국수 9,000원 / 돔베고기 절반 17,000원
저녁·간식 | 매일올레시장 마농치킨, 제일떡집
올레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 가는 건 마늘치킨입니다. 마농치킨('마농'은 제주 말로 마늘)은 식어도 맛있고 마늘 덕분에 느끼하지 않다는 평이 많아서, 숙소에 가져가 드시기 좋습니다. 디저트로는 제주 전통 떡인 오메기떡을 사 가세요. 제일떡집은 낱개로 팔아서 아빠와 둘이 먹을 만큼만 사기 좋고, 택배도 됩니다.
제일떡집: 서귀포시 중정로73번길 15-1 / 10:00~20:00 / 수요일 휴무 / 오메기떡 6개 6,000원
3일차 | 서쪽 해안과 녹차밭
용머리해안·산방산
수천만 년 동안 쌓인 사암층이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해안입니다. 제주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 중 하나로 꼽히는데, 문제는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물때와 파도에 따라 그날그날 개방 시간이 바뀌고, 날이 궂으면 아예 통제됩니다.
출발 전에 개방 여부를 꼭 확인하세요. 서귀포시 공영관광지 인스타그램(@6sot_official)에 매일 관람 시간이 올라오고, 전화(064-794-2940)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제되는 날이라면 바로 옆 산방산 쪽을 둘러보고 오설록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 입장료: 성인 2,000원 / 청소년·어린이 1,000원 / 만 65세 이상 무료
- 산방산·용머리해안 통합권: 성인 2,500원
- 바위길이 미끄러우니 운동화 필수
오설록 티뮤지엄
마지막 코스는 녹차밭입니다. 입장료가 없고 주차도 무료라 부담이 없습니다. 넓은 차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안에서 녹차 한잔과 녹차 아이스크림을 드시면서 여행을 정리하기 좋습니다. 부모님 선물로 차를 사 가기에도 괜찮고요.
- 운영 시간: 09:00~18:00 (하절기 19:00까지)
- 입장료·주차: 무료
오설록에서 제주공항까지는 차로 1시간 가까이 걸리니, 비행기 시간에서 여유 있게 역산해서 출발하세요.
3일차 먹거리
아침 | 서귀포 국수마을
올레시장 근처라 서귀포에서 잤다면 걸어가도 됩니다. 아침 7시에 열고, 보말(제주 바다 고둥)로 끓인 보말칼국수와 보말전복죽이 대표 메뉴입니다. 국물이 진하고 양이 넉넉하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가게가 작아서 점심때는 기다려야 하니 아침에 가는 게 낫습니다.
영업: 07:00~15:00 (라스트오더 14:30)
휴무: 화요일
가격: 보말칼국수 12,000원 / 보말전복죽 15,000원
점심 | 춘미향
용머리해안·산방산에서 가까운 안덕면 산방로에 있습니다. 여행 마지막 식사로 한 상 제대로 차려 드리고 싶을 때 좋습니다. 갈치조림과 옥돔구이, 흑돼지두루치기 같은 제주 음식을 한 번에 맛볼 수 있고, 양이 푸짐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영업: 11:30~21:00 (브레이크타임 15:00~17:00, 점심 라스트오더 14:00)
휴무: 수요일
가격: 춘미향 정식 22,000원 / 갈치조림 2인 45,000원
전화: 064-794-5558
디저트 | 오설록 티뮤지엄
마지막 코스인 오설록에서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꼭 드셔 보세요. 티뮤지엄에서만 파는 제주 한정 메뉴도 있어서, 공항 가기 전에 차 한잔하며 여행을 정리하기 좋습니다.
아빠와 제주 여행 갈 때 챙기면 좋은 것
- 아빠 신분증: 만 65세 이상이면 비자림, 용머리해안 입장이 무료입니다.
-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 성산일출봉 계단, 용머리해안 바위길 모두 신발이 중요합니다.
- 얇은 겉옷: 가을 제주는 해안가 바람이 생각보다 셉니다.
- 식당 휴무일 확인: 이 코스의 식당 상당수가 수요일에 쉽니다. 출발 전날 지도 앱에서 한 번 더 확인하세요.
- 여유 있는 일정: 하루에 큰 코스 2~3곳이면 충분합니다. 나머지 시간은 쉬고, 먹고, 이야기하는 데 쓰세요.
마치며
아빠와의 여행은 몇 군데를 갔느냐보다 얼마나 편하게 다녔느냐가 오래 남습니다. 이 코스는 이동 거리를 줄이고 걷기 편한 곳 위주로 묶은 일정이라, 그대로 따라가도 되고 아빠 체력에 맞춰 한두 곳 빼도 됩니다.
입장료와 운영 시간은 2026년 9월 기준으로 확인한 내용이지만, 관광지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출발 전에 한 번 더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식당 영업시간과 가격은 다이닝코드·비짓제주에 등록된 정보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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